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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으로 당장 떠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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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간 이야기

샌프란으로 당장 떠나세요

리호 님은 세 번의 창업을 지나왔습니다. 첫 회사 Encord는 런던의 Entrepreneur First에서 시작한 컴퓨터 비전 데이터 라벨링 회사였습니다. 초기 돌파구는 NHS 소화기내과 의사 고객이 소개를 이어준 것이었고, 이후 영국 해군 관련 아마존 혁신 지원금을 따내면서 헬스케어와 국방 쪽 레퍼런스가 생겼습니다. 두 번째 회사는 스스로 실수였다고 인정했습니다. YC의 공동창업자 매칭으로 서로를 충분히 알기 전에 시작했고 1년 안에 정리됐습니다.

지금 하는 Expedite는 관찰에서 나왔습니다. 영국이나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려는 창업자들이 이민과 법인 구조, 지분 문제로 번번이 막히는 걸 봤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어느 점심 자리였습니다. 시리즈 A를 받은 회사가 영국 법인을 미국 법인으로 바꾸느라 과한 수임료를 치르는 걸 보고, 비싼 값에 나쁜 서비스를 받느니 직접 풀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본인 표현으로는 변호사가 싫어서 만든 로펌이었습니다.

엘리안 님은 소프트웨어에서 생물학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맥길에서 컴퓨터과학과 머신러닝을 공부하고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에서 1년쯤 AI 엔지니어로 일하다, AI가 좋아질수록 소프트웨어는 흔해지고 개별 제품의 가치는 떨어진다는 걸 느꼈습니다. 반대로 생물학은 AI가 강해질수록 가치가 같이 커지는 영역이라고 봤습니다. 정형화되지 않은 방대한 데이터를 다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리시드로 800만 달러를 모은 런던의 개인 맞춤 암 백신 회사 Serova에 첫 기술 직원으로 합류했습니다.

시장 비교가 흥미로웠습니다. 프랑스는 위험을 피하는 분위기라 진지하게 창업하려면 미국으로 가야 한다고 봤습니다. 런던은 그 중간입니다. 언어가 맞고 인터넷 적응이 빠르며 유니콘도 많지만, 커뮤니티의 결속은 오히려 옅어지고 있어 맞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는 먼저 베푸는 문화와 끈끈함이었습니다. 창업자들이 선뜻 소개를 이어주고 진짜로 궁금해한다는 것입니다. 인구가 서울의 100분의 1 수준인 10만 명이라 밀도가 높고, 소개 하나가 여러 연결로 번집니다.

한국 창업자를 위한 조언은 구체적이었습니다. 영국보다 미국을 먼저 노릴 것을 권했습니다. 미국 기업이 스타트업에 더 열려 있고 세일즈 사이클이 짧으며 B2B 대화가 직설적이기 때문입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2주짜리 샌프란시스코 티켓을 끊고, 아는 사람 아무에게나 소개를 부탁하고, Luma나 Partiful로 행사를 찾아가고, 링크드인에서 특정한 사람에게 개인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실무 정보도 나왔습니다. YC는 특히 B2B SaaS라면 당장의 트랙션, 즉 실제 매출과 시장 규모를 봅니다. 리호 님도 여러 번 떨어진 뒤에 붙었고, Entrepreneur First나 South Park Commons, HF0 같은 대안도 비슷한 값어치를 한다고 했습니다. O-1 비자는 Expedite가 400건 넘게 처리했는데, 해커톤 심사, 투자 유치, 언론 보도, 컨퍼런스 발표처럼 두각을 보여줄 근거가 관건입니다. L-1이나 E-2 같은 다른 길도 있습니다.

엘리안 님은 암을 정보의 문제로 봤습니다. 암이 못 고칠 병이어야 할 이유는 없고, 근본적으로 정보 문제이며 AI는 정보를 다루는 데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제약사가 쉬운 표적을 이미 다 써버린 상황에서, 계속 변이하는 암을 따라가려면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고 그게 AI의 강점이라고 했습니다. 암 다음은 노화라고 봤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자본이 소프트웨어를 떠나 바이오와 하드웨어 같은 물리 세계로 옮겨가는 흐름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전공이 없어 불리하지 않냐는 학생의 질문에는 리호 님이 답했습니다. 자격증보다 문제를 직접 겪어본 경험과 지적 정직함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본인도 법을 알아서가 아니라 법률 서비스의 불편을 이해한다는 걸 보여줘서 변호사들을 영입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Claude로 계약서 초안을 아주 쉽게 뽑고 변호사가 살짝 다듬으면 빈틈이 없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마무리 조언은 간단했습니다. 프로토타입을 빨리 만들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하고, 생태계에서 배우되 자기 정체성은 지키라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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