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얼트립 × AB180
What was discussed
오간 이야기

행사를 후원한 AB180의 남성필 대표는 하루의 90%를 AI와 보내며 적지 않은 Blue를 느끼던 차에 이 행사에 공감했다고 했습니다. 그가 남긴 짧은 인사말의 핵심은 ‘영감’이었습니다. 무언가를 하려면 의지가 필요하고, 그 의지는 영감에서, 영감은 결국 사람들과의 인터랙션에서 온다는 것입니다.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그걸 쓰겠다는 마음은 사람에게서 온다는 말이 이 모임의 존재 이유를 깔끔하게 요약했습니다.
이동건 대표는 2012년 27살에 마이리얼트립을 창업했습니다. 모바일을 누구보다 빨리 이해한다고 자부했지만, 수백만 원짜리 여행 결제가 모바일에서 일어날 리 없다고 판단한 게 큰 패착이었습니다. 작은 후발 주자들은 앱밖에 못 만들었고 오히려 그게 무기가 돼 10개월 만에 따라잡혔습니다. ‘대표로서의 상상력이 비루했다’는 회고와 함께, 다음 웨이브가 오면 가장 파괴적으로 상상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그 넥스트 웨이브는 2022년 말 GPT-3.5와 함께 왔습니다. 모든 AI 데모에 여행 시나리오가 있는 걸 보고 확신한 그는 발표 48시간 만에 주말에 모여 실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9시 뉴스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연락이 올 만큼 화제였지만, 3~4일 만에 트래픽은 썰물처럼 빠졌습니다. 고관여 의사결정인 여행을 할루시네이션 심한 AI에 맡기기엔 일렀고, ‘기능을 붙였을 뿐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이후 그는 만드는 것보다 실행 구조와 조직을 바꾸는 데 집중했습니다. 2024년 AI 랩 신설, 2025년 팀마다 AI 챔피언 제도를 거쳐, 2026년 마이리얼트립은 ‘AI 리터러시’를 넘어 ‘AI 네이티브’로 일하는 회사가 됐다고 선언했습니다. 그가 정의한 AI 네이티브 조직은 셋입니다. AI 없이는 업무가 안 돌아가고, 소수정예로 더 큰 임팩트를 내며, ‘AWS가 아니라 Claude 장애가 나면 멈추는’ 조직입니다. 평가도 토큰 사용량 같은 지표 대신 공헌이익·전환율처럼 본질적인 지표를 AI로 얼마나 개선했는지로 봅니다.
발표의 백미는 7개 팀에서 나온 7개의 실전 사례였습니다. 최저가 항공권을 찾아주는 LuckyGlide, 슬랙으로 출장을 예약하는 MRT Biz, 맛집 리뷰를 큐레이션하는 Korean Foodies까지 전부 실제 제품과 운영에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들을 관통하는 원칙은 하나,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과 푸는 사람이 분리되면 안 된다’였습니다. 대신 만들어주던 AI 랩이 외주 납품처럼 변질된 실패를 겪은 뒤, 인식한 사람이 직접 풀되 그 장벽(개발·AI·비용)을 없애주는 게 조직의 역할이라는 결론에 닿았습니다. Q&A에서는 ‘AX의 가장 큰 병목은 의외로 대표 자신’이라는 솔직한 답도 나왔습니다.
두 차례 라운드테이블에서 16개 테이블이 쏟아낸 이야기의 공통점은 ‘도구의 성능보다 우리가 할 일의 본질’이었습니다. LG생활건강은 산출물(Output)은 폭발했지만 성과(Outcome)로 잇는 건 별개라는 점을, 리벨리온은 ‘지금 토큰이 제일 싸다’는 말을, 여러 테이블이 ‘하네스’라는 키워드를 공유했습니다. AI가 온라인 정보를 손쉽게 소화하는 시대일수록, 머릿속의 것을 나누고 정제하고 함께 발전시키는 오프라인의 밀도가 역설적으로 더 귀해진다는 것입니다. 토요일 오전 100명이 모인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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