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제안
What was discussed
오간 이야기

AWS 박지훈의 첫 세션 핵심은 하나였습니다. TITO, 즉 Trash In Trash Out입니다. 부실한 정보를 넣으면 부실한 제안서만 나옵니다. RFP에 적힌 건 전체의 20~30%일 뿐, 진짜 니즈의 70~80%는 직접 가서 물어야 합니다. 그래서 영업팀이 필드에 있어야 하고, 영업이 수집하지 못한 니즈는 제안서에 단 한 줄도 담기지 않습니다. 자기 자랑만 하고 고객 페인 포인트 분석이 빠지는 ‘죽음의 삼각형’도 경계해야 합니다.
제안서는 거의 언제나 승자독식이라 차별화가 전부입니다. 그런데 AI 시대엔 모두가 AI를 쓰니 구조도 문장도 비슷해집니다. ‘AI가 도출할 수 없는 무언가를 사람이 넣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가 남긴 문장은 분명했습니다. ‘프로세스를 재창조하는 자가 승리한다.’ AI를 잘 쓰는 걸 넘어, AI를 자신의 프로세스에 어떻게 녹일지가 관건이 됐습니다.
클라이원트 대표 조준호는 결론부터 꺼냈습니다. ‘AI 시대에도 이기는 제안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건 복잡한 프로세스다.’ 그는 ‘AI에게 먹히지 않는 사업’을 찾는 대신 ‘AI 때문에 가능해진 사업’으로 질문을 뒤집었습니다. AI를 잘 쓰는 건 초등학생도 하는 일(본인 아들도 AI로 게임을 수십 개 만든다)이니, 프로는 AI로 사업을 재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사에 AI를 도입하고 목요일 오후를 실험 시간으로 떼어냈지만 ‘AI 스킬이 늘어도 사업이 성장하진 않더라’는 솔직한 고백도 했습니다.
그 맥락에서 공공 입찰 전 과정을 AI가 지원하는 Contrl을 소개했습니다. 사전 영업 담당자 발굴부터 입찰 분석, 전략 수립, 제안서 생성까지 이어집니다. 7년치 입찰 데이터를 학습해 ‘AI 사업 담당자를 많은 순으로 검색’하는 데모도 보여줬습니다. 국내 B2B SaaS 시장이 2조라면 공공 입찰 시장은 200조입니다. 툴을 파는 대신 고객과 함께 그 200조 시장에 들어가겠다는 것입니다. 싱가포르 입찰에서 발표 전 현장 화장실의 꺼진 디스플레이를 사진 찍어 ‘저희가 연결해드리겠다’고 한 사례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LG유플러스 윤상명은 스스로를 ‘국가대표 발표 선수’라 소개했습니다. VUCA 시대일수록 대면 발표가 더 중요해진다며, 리포트를 발표로 대체하는 흐름을 짚었습니다. 책임은 결국 인간에게 있고,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건 ‘분위기’와 ‘비언어’입니다. 발표 중 몇 초 침묵하자 공기가 바뀌었습니다. 정면에서 흰자위가 보이는 동물은 인간뿐이라 ‘어디를 보는지’가 곧 눈치라고 했습니다. OREO·STAR 화법을 소개하고, VUCA를 Vision·Understanding·Clarity·Agile로 뒤집었습니다. 끝까지 쥘 마지막 무기로는 ‘유머가 곧 휴먼’이라며, 그래서 손글씨를 연습한다고 했습니다.
조별 토론의 공통된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AI가 만들어주는 건 70점짜리 제안서고, 마지막 30점은 인간의 몫입니다. 발표자가 그 제안에 얼마나 녹아 있느냐, 검토자의 역량이 얼마나 되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데이터를 먼저 쌓자는 조, 링크드인으로 숨은 키맨을 찾자는 조, 한국은 스펙 중심이지만 해외는 관계가 먼저라는 조가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마지막 라스트 마일은 휴먼 터치라는 데 모두 공감했습니다. 한 발표자가 남긴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입찰과 수주에 정석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러 온 우리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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