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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지능을 흔한 상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오간 이야기

AI가 지능을 흔한 상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날 내내 깔려 있던 화두는 AI 시대에는 더 이상 지능이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IQ가 높거나 아는 게 많거나 경력이 긴 것은 이미 AI가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이력서보다 오픈소스 하나를 잘 만들어 바이럴시키는 게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는가. 시장을 알아보는 통찰력과 센스, 아이디어,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빠르게 실행하는 힘입니다.

문제는 조직입니다. 1인 빌더나 작은 스타트업은 이 실행이 가능하지만 큰 조직은 내부 프로세스와 결재 라인 탓에 쉽지 않습니다. 사람이 병목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조직이 커질수록 보안 리스크도 커지고 에이전트도 혼자 쓰는 건 되지만 조직 단위로 운영하면 허점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이번 행사는 AI를 개인 수준에서 잘 쓰는 것을 넘어, 현장의 실제 업무에서 잘 돌아가는 워크플로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150명이 넘게 몰려 옆 공간까지 열었습니다.

첫 세션은 AWS의 테크에반젤리스트 최용호 님이 아마존의 AI 에이전트 사례를 풀었는데, 대표로 든 것이 배송이었습니다. 같은 주소라도 어떤 곳은 문 앞까지, 어떤 곳은 경비실에 두고 회사는 영업시간이 끝나면 받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변수를 사람이 메모하고 수작업으로 대처했습니다. 에이전트가 사내 데이터베이스를 먼저 검색하고 없으면 공공 주소와 영업시간까지 끌어와 종합 판단하게 했더니, 초기 배송 실패율이 74퍼센트 감소했습니다.

그가 거듭 강조한 건 에이전트 하나로 끝내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재사용되려면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아마존은 Agent Z라는 사내 플랫폼에 각 팀의 에이전트를 쌓아 5월 기준 2만 3천 개를 모았고 검색하면 대부분 이미 만들어져 있어 개발자의 작업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코딩 도구 Kiro의 강점으로는 스펙 기반을 꼽았습니다. 쇼핑몰 만들어 줘 같은 프롬프트는 AI가 수많은 결정을 대신 내려 결과가 어긋나기 쉬운 반면, 문서를 먼저 만들어 사람이 고치고 싱크를 맞춘 뒤 작업에 들어가면 결과도 토큰 효율도 좋습니다.

프로세스 혁신 사례도 있었습니다. 18개월간 개발자 30명이 필요하다고 본 Bedrock 프레임워크를, 스택 기반 도구로 개발자 6명이 76일 만에 완료해 실제 프로덕션에 배포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초반 몇 주간은 생산성 향상을 거의 못 느꼈다는 점입니다. AI를 쓰는 데서 끝나지 않고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생산성이 극적으로 올랐습니다. 교훈은 셋이었습니다. 개별 업무를 명령하기보다 목표를 주고 자율적으로 돌게 할 때, 하나가 아니라 여러 에이전트가 협업할 때, 몇 초씩 핑퐁하기보다 몇 시간씩 길게 돌릴 때 결과가 더 좋았습니다.

두 번째 세션은 Classmethod 일본 본사의 집행임원 오오모리 아키마사 님이 맡았습니다. AWS의 일본 프리미어 파트너이자 한국과 말레이시아 법인을 겸임하는 분입니다. 세션은 일본어로 진행되고 실시간 통역이 지원됐습니다. 그가 전한 현주소는 이렇습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아직 도입 한 걸음 앞이고 비용과 보안 우려로 진척이 더디며 일본은 조금씩 도입 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내부 구조를 알 수 없는 스파게티 레거시 시스템을 AI에 읽혀 문서화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 수요가 높다고 했습니다.

그가 던진 경고는 work slop이었습니다. AI로 많이, 보기 좋게 만들어지는데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자료를 두고 한 말입니다. 그걸 해석하고 수정하는 데 하루 평균 두 시간씩 들어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컨텍스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이컨텍스트 사회일수록 맥락을 이해하고 질문하지 않으면 답이 점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아이디어만 쏟아지고 아무도 실행하지 않는 것이라며 작아도 좋으니 실행해 결과를 내자고 늘 말한다고 했습니다.

이날의 중심이었던 파이어사이드에는 두 사람이 함께했습니다. 도산분야 전문변호사 임현서 님, 그리고 AI 보안과 안전 스타트업 AIM Intelligence를 공동창업한 박하언 CTO님. 임현서 변호사님은 1년 반 전보다 업무를 2.5배쯤 더 하는데도, 밤새우던 걸 이제 거의 다 잔다고 했습니다. AI의 강점으로는 감정노동의 대체를 꼽았습니다. 빌거나 부탁하거나 하기 불쾌한 일을 AI가 잘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추론에서는 90퍼센트 이상의 변호사보다 낫다고 봤습니다. 다만 한국은 판결문이 공개돼 있지 않아 도메인 지식 결합이 약한 게 한계라고 했습니다.

박하언 CTO님의 회사는 AI 보안을 공격과 방어 양쪽으로 풉니다. 고객사가 AI 서비스를 만들 때의 리스크를 자동 진단하는 레드팀 솔루션과 취약점을 막는 가드레일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해외 빅테크와도 협력해 모델 공개 전에 미리 테스트하는데, 예컨대 특정 모델이 생물학 무기 제조법을 내놓지 않는지를 진단합니다. 기억에 남는 건 파커 솔라 프로브에 연동된 NASA 공식 챗봇 사례였습니다. 테스트했더니 필터나 가드 없이 위험한 발언이 나왔고 보고하자 NASA가 해당 서비스를 셧다운하고 인정 레터를 보냈습니다. 모델 성능이 좋아진 만큼 해킹 성능도 좋아져 일반인도 전문가 수준의 해킹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러니 정부 규제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경고했습니다.

법조계의 미래를 두고 임현서 변호사님은 자문 시장의 붕괴가 이미 시작됐다고 봤습니다. 시간 기반 자문은 정당화되기 어려워졌고 규정을 잘 아는 추론 지성이 뛰어난 AI가 답을 찾아준다면 검색 대행 같은 자문 변호사는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대신 컨설팅과 전략, 그리고 해외 펀드 등록처럼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오고 해본 회사만 아는 경험적 전문성이 남는다고 했습니다. AI 판사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합리적 의심의 기준이 제각각인데 그 지성을 더 균질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굳이 판사 개인의 편차에 맡길 이유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저작권 현황은 아사리판이라 표현했습니다. 순수 AI 생성물에는 창작성을 인정하지 않지만 사람이 개입하면 인정해 주는데, 그 검증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누가 봐도 AI 그림인데 직접 그렸다 주장하기에 증거를 물었더니, 손가락이 여섯 개라는 답이 돌아와 상대도 인정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사람으로 임현서 변호사님은 부지런한 딸깍충을, 박하언 CTO님은 책임지고 검증할 실력을 가진 사람을 꼽았습니다. AI가 책임지기까지는 시간이 남았고 그 검증의 눈은 도메인을 많이 해봐야 길러집니다.

파이어사이드 뒤 4인 1조 라운드테이블에서 가장 자주 나온 건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이야기였습니다. 지금은 비어 있는 영역을 AI가 채워주니 제너럴리스트가 유리합니다. 영역이 다 채워지면 그다음은 스페셜리스트가 담당하게 된다는 비유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각 조가 꺼낸 AI 활용은 크게 자동화와 라이프 코치, 불가능의 개척으로 나뉘었습니다. 자동화는 코드 리뷰와 문서 작성부터, 수백 개의 지라 티켓을 페르소나 에이전트가 리뷰하게 하는 것까지 다양했습니다. 불가능의 개척으로는 한국어 인터리니어 성경을 Claude Code로 만든 사례와 투병 중인 가족을 위한 식단표를 만든 사례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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