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 Bloom Singapore
오간 이야기

Bloom 커뮤니티가 처음으로 한국 밖에서 밋업을 열었습니다. 지난 4월 한국에서 2천 명이 신청했던 이 행사에 싱가포르에서도 1,500명 넘게 몰렸고 공지 24시간 만에 전석이 마감됐습니다. 공간은 동남아 최대 통신사이자 현지에서 AWS급 인지도를 가진 Singtel이 내어줬는데, 아무 연고 없이 링크드인 콜드 DM을 돌린 끝에 성사된 협업이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Singtel이 기술 쇼케이스가 아니라 대화를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는 점입니다. 일하는 방식과 리더십, 비즈니스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워크포스 트랜스포메이션의 한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AI 인프라가 아니라 AI 컬처에 투자하는 회사는 드뭅니다. 싱가포르 클로드 커뮤니티와의 협업도 링크드인에서 시작됐습니다. 한국인끼리만 모인 로컬 커뮤니티의 가치는 크지 않지만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호주, 미국, 영국 사람들이 한 디스코드에 모인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신중하고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조언이 많아 문화 차이를 걱정했는데, 소모임 분위기는 한국 못지않게 뜨거웠습니다.
무대에서 운영진은 이 커뮤니티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풀었습니다. 출발점은 한 소프트웨어 회사의 불안이었습니다. AI가 우리 소프트웨어를 삼켜버리면 어쩌지, 유저가 우리 도구 없이 직접 만들어 쓰면 어쩌지. 그 질문을 안고 여러 업계 사람들과 커피챗을 이어가다, 실리콘밸리 메타의 AI 엔지니어 친구에게서 AI를 쓸수록 더 우울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머신러닝 박사에 20년 경력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었던 겁니다. 코로나 블루에서 따와 클로드 블루라 이름 붙여 블로그에 썼더니, 그 글이 크게 퍼졌습니다.
여기서 나온 것이 AI Excitement에서 Blue를 거쳐 Bloom으로 가는 서사입니다. 처음 AI를 쓰면 신나고 더 쓰다 보면 포모와 일자리 불안, 정체성의 위기로 우울해지지만 누구도 거기 머물고 싶지는 않기에 피어나자는 뜻의 Bloom을 붙였습니다. 개발자 전유물이던 AI 행사의 문턱이 이 인간적인 주제 덕에 낮아졌고 대기업부터 로펌과 금융사, 정부기관까지 찾아오는 커뮤니티가 되어 누적 신청자 6천 명에 이르렀습니다.
파이어사이드의 백미는 클라이원트 조준호 대표님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10년 넘게 입찰 업계에 있다가, 이 산업이 15년째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정부 입찰 AI 솔루션을 창업했습니다. 올해 초 스스로에게 AI로부터 안전한 사업이 뭘까를 계속 물었더니 답은 하나도 없다였고 그래서 우울해졌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AI 때문에 오히려 클 수 있는 사업은 뭘까로 질문을 바꾸자, 같은 현실인데 관점이 달라지면서 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답은 비즈니스 모델의 재설계였습니다. SaaS 구독 모델을 버리고 고객이 이겼을 때만 수익을 얻는 수익 공유 모델로 바꿨고 AI가 있기에 가능해진 모델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자신은 Bloom하는 중이라는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가 오프라인의 힘을 믿게 된 일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창업 전 오차드의 한 쇼핑몰 입찰에서 RFP에 시스템 통합이 왜 적혀 있는지 알 수 없어 그냥 현장에 가봤더니, 몰의 모든 화장실에 달린 작은 디스플레이가 전부 꺼져 있었습니다. 답은 문서 안이 아니라 밖에 있었고 유일한 해외 기업이자 가장 비싼 가격을 써냈는데도 고객의 숨은 니즈를 알았기에 수주했습니다.
가장 많이 회자된 이야기는 준호 대표님의 열 살 아들 이야기였습니다. 게임에 빠져 있던 아들에게 네가 최고라면 이제 게임을 만들어보라고 하자, 클로드로 몇 시간 만에 게임 열 개를 만들었습니다. 진짜 인사이트는 첫 게임을 두고 아들이 아빠 이거 친구들이 하나도 재미없대라고 한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아이는 3D 게임을 원한다고 AI에게 방향을 정해주고 친구들의 피드백을 받아 고치고 또 고쳤습니다. AI는 만드는 비용을 전부 무너뜨렸지만 유저가 진짜 뭘 원하는지 어디가 아픈지는 AI가 모릅니다. 그건 게이머인 아이가 압니다. 결국 남는 건 공감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구글 클라우드의 AI 아키텍트 Yier Cao 님은 지난 1년간 모든 단계를 다 지나왔다고 했습니다. 처음 AI로 코딩할 땐 흥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흥분이 아주 무지한 자리에서 나왔음을 곧 깨달았고 만들수록 모르는 것에 불안해졌습니다. 지금은 모든 도구의 전문가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과 화해하며 프로젝트 하나씩 배워간다고 했습니다. 그는 커리어를 어둠 속에서 퀘스트를 깨야 지도가 열리는 탐험 게임에 비유했습니다. 도메인들이 교차할 때 가치가 복리로 불어나고 AI가 그 지도를 훨씬 빨리 열어줬다고 했습니다. 정오까지 클로드 한도를 안 쳤으면 오전을 낭비한 것이라는 밈에 다 같이 웃으면서도, 토큰 맥싱을 안 하는 건 죄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싱가포르 앰배서더이자 AI 네이티브 스타트업 창업자인 Max 님은 세 명뿐인 팀이 몇 년 전이라면 열다섯 명이 필요했을 일을 해낸다고 했습니다. 그는 클로드 블루라는 이름에 오래 품은 감정에 드디어 이름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늘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압박과 끊임없는 인풋 이야기였습니다. 친구에게 이건 새로운 마약이라고 말한 적 있다며 27년차 빌더인 자신조차 포모를 안 느끼기가 정말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 피로는 측정도 됩니다. 최근 한 테크 워커 서베이에서 AI로 생산성은 확실히 올랐지만 번아웃도 45퍼센트에서 56퍼센트로 함께 늘었습니다. Yier 님은 매일 AI와 상호작용하는 일은 꽤 스트레스이고 외로울 수 있다며 비슷한 경험을 나누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지지가 된다고 했습니다. 이날의 상징이 된 것은 Max 님이 던진 한마디였습니다. 1,500명이 신청해도 앤트로픽은 온라인 행사를 절대 안 하는데,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만나길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메인 디시는 소모임이었습니다. 앞뒤 여덟 명씩 즉석 그룹을 만들어 당신의 클로드 블루 모먼트와 블룸에 이르는 루틴을 나눴습니다. 한 베테랑은 매일 트위터에서 새 프레임워크에 포모를 느끼다 다섯 달 만에 번아웃이 왔고 결국 스택의 레이어마다 딱 두 개씩만 남기는 단순화로 화해했다고 했습니다. 은행에서 AI 도입을 맡은 이는 기준선이 계속 움직인다는 압박은 어떤 조직이든 같고 자신의 블룸은 목적을 찾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한 CTO는 파이어사이드 내내 노트북으로 에이전트를 돌렸다고 고백하며 이걸 블룸이라 부르지만 자신은 AI로 인한 사이코시스라 부른다고 해 장내를 뒤집었습니다.
끓어오른 열기를 가라앉힌 건 EY 컨설턴트이자 마인드풀니스 코치 Keziah 님의 명상 세션이었습니다. 코딩도 파티클 물리도 모르지만 5년치 명상 대본과 태도만으로 클로드 코드와 제미나이로 The Cave를 만든 그는, 반추와 걱정은 지금 여기가 아닌 곳에 사는 일이라며 현존의 근육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어진 커뮤니티 데모 셋도 이 밤의 정신과 닮아 있었습니다. 참여를 위해 분노와 포모를 제조하지 않는 조용한 초대제 소셜 플랫폼, 누구나 향수 마스터가 되는 향수 병 생성기, 이중진자의 카오스로 글씨를 쓰는 Pendulum Type이었습니다. 마무리 무대에서는 10월 말 한국에서 열 1,000명 규모의 글로벌 컨퍼런스 Bloom Seoul을 예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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