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 AX · SaaS, AI 시대의 새 OS
오간 이야기

마이크로소프트 보안 담당 서진하 매니저님의 발표는 5분이었지만 핀 포인트가 명확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95퍼센트가 이미 AI를 도입해 쓰고 있는데, 안전하게 쓸 준비가 된 기업은 1퍼센트뿐입니다. 대기업을 빼면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스로를 세계 최대 보안 회사로 정의합니다. MS를 안 쓰는 기업이 없다 보니 미국 국방부 다음으로 해킹 공격을 가장 많이 받고 네이버 시가총액에 맞먹는 규모를 보안 연구개발에만 씁니다.
핵심 메시지는 계정 관리였습니다. 보안 범위는 툴과 디바이스, 클라우드, 네트워크에 걸쳐 복잡하지만 계정 하나만 잘 지켜도 보안 사고의 99퍼센트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한 개발자가 유튜브 계정을 공유하려고 다중 인증을 10분 꺼놨는데, 그 사이 구글 계정이 탈취돼 Gemini API 요금 120만 원이 결제됐습니다. 생성형 AI 이전에도 비밀번호 공격은 초당 7,000회였는데 이제는 밀리세컨드 단위로 빨라졌습니다.
계정 다음으로 짚은 것은 데이터 오버셰어링이었습니다. 개발자가 API 토큰 같은 민감 정보를 프롬프트에 그대로 붙여넣는 일이 흔하고 OpenAI는 하루에만 수만 개의 유출 토큰을 탐지합니다. 슬랙에 AI 에이전트를 붙이면 인사 정보 같은 데이터가 한 번의 프롬프트로 노출될 수 있으니 DLP 라벨링과 데이터 분리가 필요합니다. AI를 잘 쓰는 것만큼 안전하게 쓸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빌더 조쉬 님의 본명은 김승권입니다.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디자인과를 나온 뼈자이너이고 2012년 에이전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코딩을 독학하고 책까지 내면서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문제는 13년 차에 다음 스텝이 뭔지 모르겠다는 데서 생겼습니다. 사회가 제시하는 안정적인 경로를 성실히 따라왔는데, 팀장 다음이 임원이라면 그걸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생긴 것입니다. 당시엔 임원을 조직을 장악하고 추진하는 리더로만 봤기에 나는 디자인만 잘하면 되지라고 스스로를 구획했습니다. 실무 역량과 경영 역량이 얼마나 다른지는 사장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고 합니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신뢰로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정주영 회장님의 말, 비즈니스는 쌓이는 신뢰다를 인용했습니다. 전 세계 링크드인 1위 저스틴 웰시 님의 원리도 한 장으로 정리됩니다. 좋은 콘텐츠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발견되고 더 긴 콘텐츠로 깊이 경험하게 할수록 신뢰가 쌓인다는 것입니다. 숏폼에서 팔로워를 모은 뒤 뉴스레터와 유튜브 같은 롱폼으로 전환하고 이메일과 전화번호가 모이면 교육 상품으로 이어집니다.
그는 하고 싶은 것보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데이터로 파악해 콘텐츠를 만듭니다. 롱폼에 집중해 많을 때는 주 3개 영상과 뉴스레터 2개를 내고 유튜브는 2025년 11월에 제대로 시작해 월평균 1만 명씩 구독자가 늘었습니다. 숏폼만으로는 신뢰가 쌓이기 어렵고 유튜브야말로 발견과 관계 형성을 동시에 갖춘 플랫폼이라는 판단입니다. 이 채널이 AX 에이전시 Joshua로 고객을 유입시키는 퍼널이 됩니다.
콘텐츠를 만들며 AI 네이티브 조직을 취재하게 됐는데, 가장 좋아하는 사례는 지피터스입니다. 뽀짝이라는 AI 에이전트가 수만 명 규모 AI 스터디의 모집부터 마무리까지 전 과정을 처리합니다. DB에서 문자를 보내고 수강생 상태를 분류하고 줌 링크를 발송하고 녹화를 요약하고 개선점을 도출합니다. 비결은 페르소나였습니다. 이름과 말투를 정확히 부여하고 어제의 대화와 회의록, 동시에 돌아가는 서른 개 넘는 스터디의 모든 대화를 매일 먹였습니다. 딱딱한 AI가 아니라 친숙한 존재로 만들어야 구성원이 거부감 없이 씁니다.
다른 사례도 방향이 같았습니다. 델타 소사이어티는 비개발자를 포함한 전 직원이 GitHub과 Claude Code를 단일 진실 공급원 삼아 일합니다. 매일 표준 작업 지침이 갱신되니 어제 배운 것이 오늘의 가이드가 되는 구조입니다. AX 컨설팅 SpaceY는 45분 미팅 도중 AI에게 즉시 구현을 지시해, 미팅이 끝날 즈음 프로토타입을 그 자리에서 보여줍니다. 삼양식품은 기존 조직을 바꾸는 대신 AI 네이티브 팀을 새로 신설하고 소수 도구로 통일해 빠르게 전환했습니다. 공통점은 레거시 없는 새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 그리고 바이브 코딩 리터러시가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Joshua의 도구 스택은 Claude Code와 Codex가 운영체제 역할을 하고 Hermes 에이전트가 실무를 맡는 구성입니다. GitHub은 전사 단일 진실 공급원, 슬랙은 사람과 AI가 협업하는 허브입니다. 클라우드 노트로 회의를 녹음하면 옵시디언에 쌓이고 GitHub을 통해 Hermes가 읽습니다. 회의록이 쌓이며 에이전트가 맥락을 학습하는 구조입니다. 슬랙 에이전트 제나는 뉴스레터 초안과 세금계산서 발급, B2B 이메일 초안을 처리하고 사내 ERP도 직접 만들었습니다. 매일 아침 9시에는 Hermes가 PM과 비서, PD에게 그날 할 일을 제안합니다.
한계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외부 커뮤니케이션 자동화는 아직 어렵고 최종 검토에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며 팀원 간 리터러시 격차도 있다고 했습니다. 단기 목표는 전체 업무의 20퍼센트를 AI가 대체하는 것입니다. 80퍼센트도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솔직히 모르겠고 일단 20퍼센트부터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크게 달라진 건 회의를 100퍼센트 기록한다는 점입니다.
강연이 끝나고 열 개 조가 발표했습니다. 롯데이노베이트의 한 참가자는 그린필드와 브라운필드 개념을 가져왔습니다. 레거시 없는 환경은 설계부터 납품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지만 기존 시스템 위에 얹으려는 기업은 토큰 제한 같은 제약에 막힌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남은 한 마디가 클로드로 안 되면 안 되는 게 아니라 그 스킬을 아직 못 찾은 것이다였습니다. 한화 비전의 참가자는 위안을 이야기했습니다. 에이전트를 돌리고 하네스를 세팅하며 다들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혼자 헤매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한 것만으로 의미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실무의 현실도 오갔습니다. 한 글로벌 제조 대기업의 참가자는 기술은 익숙해졌지만 우리가 지금 어떻게 일하고 있지가 정리되지 않은 팀이 많다며 프로세스 정의가 먼저라고 했습니다. 한 스타트업 참가자는 정부지원과제 100페이지 기획서를 에이전트로 만들어 선정까지 됐다고 했고 반대로 대기업에서 온 참가자는 사내에서 Claude Code조차 못 쓴다고 했습니다. 산업도 규모도 달랐지만 결국 리터러시 격차와 데이터, 프로세스라는 같은 지점으로 모였습니다.
김승권 님의 마지막 메시지가 가장 오래 남습니다. AI 네이티브 전환은 기존 방식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0에서 새로 시작하는 일이고 그 시작점이 회의록입니다. 대기업이 내부 데이터를 AI에 연결할 때 가장 많이 막히는 이유는 보안팀의 부담입니다. 격리 환경을 구축하고 외부 유출을 차단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가 제안하는 출발점은 소박합니다. 지금 당장 녹음 버튼을 누르는 것입니다. 회의록을 데이터로 인식하고 쌓기 시작하면 모든 대화와 암묵지가 AI의 재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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