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Growth Marketing
오간 이야기

선릉 AB180 사무실에서 Bloom과 AB180, 응답하라 마케팅이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세일즈 직군을 다룬 직전 회차는 AI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가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번 마케팅 회차는 정반대였습니다. 마케팅은 AI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은데, 도대체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가에서 시작했습니다.
첫 세션을 맡은 응답하라 마케팅의 최제힘 님은 AI가 정답을 말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전제했습니다. OpenAI 코덱스 스킬라톤에서 1등을 한 뒤 여러 강연 요청을 받았지만 어떤 기능을 소개해도 일주일이면 구식이 되기 때문에 대부분 고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능 시연 대신 실제 업무에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를 공유하는 편을 택했고 발표 제목도 그래서, 뭐가 문제죠였습니다. 첫 직장의 임원이 문제 보고를 받을 때마다 다섯 번씩 되물었다는 질문입니다.
이 관점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청중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클로드 코드 해커톤 수상자 다섯 명 중 비개발자가 몇 명이었는가. 정답은 다섯 명 전부였고 1등은 의사였습니다. 개발자가 의료용 대시보드를 만들려면 의학 지식을 새로 배워야 하지만 의사 본인은 진료로 쌓은 방대한 데이터와 암묵지를 이미 갖고 있어 문제를 곧바로 풀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AI 시대에 진짜 경쟁력은 도메인 지식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AI를 활용하는 방식은 바이브 코딩과 자동화, 스킬로 나눠 정리했습니다. 스프레드시트로 하던 일을 도구로 만들고 주기적 업무는 자동화하고 같은 입력에 같은 결과가 필요한 반복 업무는 스킬로 만듭니다. 계약 3개월 뒤 지급하는 매장 캐시백 문의는 예전엔 엑셀에서 상호명을 검색해 일일이 답했지만 지금은 매장명을 입력하면 프로모션을 전부 보여주는 도구로 바꿨습니다. 경쟁사 모니터링도 매주 월요일 인스타그램을 직접 캡처해 지표를 정리하던 일을, 게시물과 인기 지표를 자동으로 크롤링해 메일로 받는 구조로 전환했습니다. 운영에 쓰던 시간을 줄여 기획에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티오더 주문 데이터를 넣으면 점주에게 보낼 웹 리포트가 자동 생성되는 스킬이 코덱스 스킬라톤 1등의 결과물이었는데, 화려한 기능이 아니라 실무에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이 공감을 샀습니다.
한계도 솔직하게 짚었습니다.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아직 인하우스 디자이너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자사 SNS에 그대로 올리기 어렵습니다. 자동화한 업무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준이 바뀔 때마다 유지 보수가 필요합니다. 정보가 중요하고 이미지 의존도가 낮은 정부 지원 사업 콘텐츠 같은 영역부터 AI를 적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파이어사이드챗의 주인공인 AB180 남성필 대표님의 여정도 흥미로웠습니다. 프랑스 철학을 전공하려던 그는 군 복무 중 더 실용적인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우연히 참가한 구글 키워드 마케팅 대회에서 마케팅에 눈을 떴습니다. 다섯 개 언어로 키워드를 리서치하고 랜딩 페이지의 퀄리티 스코어를 개선하며 집요하게 테스트한 끝에 국내 비공식 1위를 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노력한 만큼 개선 여지가 크다는 지론이 이때 만들어졌습니다.
AB180의 제품 Airbridge는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검색 엔진으로 시작해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딥링크 도구로, 다시 광고 기여도 분석 도구로 두 차례 피봇했습니다. 첫 유료 고객이 배달의민족과 이베이코리아였습니다. 그 덕에 3천만 대 디바이스를 트래킹하며 빅데이터 역량을 빠르게 키웠습니다. 구형 기기의 데이터 수집 안정성을 확보하려고 용산 전자상가를 돌며 OS를 업데이트하지 않은 단말을 사 모아 테스트했다는 일화도 나왔습니다. 그렇게 AB180은 전 세계에 일곱 곳뿐인 MMP 파트너가 됐습니다. 아시아에 본사를 둔 곳은 여기 하나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만들고 커스터마이즈하는 시대에 SaaS는 어떻게 되는가. 남성필 대표님은 SaaS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분화한다고 봤습니다. 소프트웨어의 본질은 결과를 내는 것이고 그 방향이 결과를 내는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쪽과 그 에이전트가 사용하는 인프라가 되는 쪽으로 나뉜다는 것입니다. 비유는 로보키친이었습니다. 튀김을 만드는 로봇에게도 튀김기는 필요한데, 로봇이 튀김기까지 직접 장착하는 건 비효율적입니다. 대신 튀김기가 조리를 마치면 로봇에게 신호를 보내고 손잡이는 로봇이 잡기 좋은 형태로 바뀝니다. 그 인터페이스가 CLI나 MCP입니다.
AI 마케팅에 대한 정리도 실무적이었습니다. 그로스 해킹의 본질이 작은 인풋으로 큰 아웃풋을 내는 것이듯, 사람들이 AI 마케팅에 거는 기대도 같은 심리라고 봤습니다. 다만 그 격차는 더 빨리 배우고 더 집요하게 쓰는 사람이 벌립니다. 페이스북 광고 초기에 D2C 커머스 회사들이 소재와 카피, 훅을 집요하게 파며 기술 우위를 극대화한 것과 같은 게임이 지금 AI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AI에 진심인 회사라고 소개했습니다. 본인부터 업무 시간의 90퍼센트를 AI와 함께 씁니다. 웹플로우로 만들었던 회사 웹사이트를 전부 AI로 다시 만들었고 디자인 팀과 마케터가 함께 코덱스를 학습하며 날린 PR이 누적 천 개를 넘었습니다. 사내 지식 소스와 슬랙, 깃허브, 지라를 연결한 사내 에이전트는 하루 400회에서 500회씩 쿼리가 오갈 만큼 사용량이 폭증했습니다.
시행착오에서 뽑아낸 두 원칙은 명료성과 조직 자산화였습니다. 요구 사항이 명료하지 않으면 AI는 일을 잘 못하므로, 자기 생각을 1차로 던진 뒤 명료해질 때까지 AI가 자신을 인터뷰하게 만들라는 것입니다. 조직 자산화는 모두가 각자 스킬을 만들면 어느 순간 시너지의 한계가 오니, 개인 생산성을 넘어 스킬들의 공통분모를 찾아 조직이 신뢰할 수 있는 자산으로 제품화하고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만 잘하는 데 그치는가, 아니면 조직의 자산이 되는가가 AX를 잘하는 회사의 차이라고 했습니다.
라운드테이블에서 가장 자주 반복된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AI 시대 마케팅의 승부가 실행력이 아니라 문제 정의와 인사이트 발굴에 있다는 것. 마케터는 직접 실행하는 사람에서 운영과 자동화를 설계하는 사람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와 퍼포먼스, 운영, PM의 경계를 넘나드는 오케스트레이터에 가까워진다는 관찰이 여러 조에서 나왔습니다. AI는 데이터와 실행을 돕지만 구매를 만드는 것은 인간의 감정입니다. 그래서 가장 빛을 발할 인재로 AI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을 꼽은 조도 있었습니다.
대기업이 의외로 AI 에이전트를 소극적으로 쓰고 스타트업이 더 적극적이라는 관찰도 있었습니다. 반대편에는 신중론이 있었습니다. 범용 LLM은 아직 마케팅의 본질에 미치지 못하며 작은 인풋으로 큰 아웃풋이 아니라 큰 인풋으로 더 좋은 아웃풋을 내는 것이 현재 AI의 위치라는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위임할 수 있어도 할 수 없는 일을 시켜 완성할 수는 없으니, 앞으로는 더 깊게 아는 사람이 빛을 발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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