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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지식 꼭 필요할까?

오간 이야기

개발 지식 꼭 필요할까?

삼성역 뉴사피엔스 사무실에서 열렸습니다. 이번에는 멤버들이 각자 만들고 있는 것을 5분씩 보여주는 데모 순서를 처음 넣었습니다. 회사 제품 홍보는 받지 않고 사이드 프로젝트만 올리는 자리입니다.

첫 데모는 스포티파이 라이브러리로 음악 계보를 짚어주는 서비스였습니다. 낮에는 개발자로 일하고 밤에 만든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모델이 자꾸 뻔한 곡만 뱉는 것이었습니다. 사람 귀에는 분명히 닮았는데 시대도 장르도 언어도 다른 곡들을 이어주지 못했습니다. 랭킹 모델과 생성 모델을 분리해 특정 곡이 아홉 번 중 아홉 번 나오던 걸 여섯 번 중 한 번으로 줄였습니다. 그래도 남은 한계는 분명했습니다. 당연한 연결은 만들지만 뜻밖의 가능성은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데모는 의사이자 개발자인 분의 진료 자동화였습니다. 대학병원 외래는 세 시간에 서른 명, 한 사람당 5분입니다. 환자 기록 쉰 건을 요약해 30초 만에 훑고 객관적 소견을 자동으로 뽑아주는 도구였습니다. 막히는 지점은 기술이 아니라 용어였습니다. 같은 병을 두고 의사마다 당뇨라고도, DM이라고도, T2DM이라고도 적는다는 것입니다.

파이어사이드 챗의 첫 순서는 토론토에서 온 Brian Jin 님이었습니다. 캐나다는 미국의 테스트베드처럼 쓰이고, 그래서 대부분의 창업자가 미국 진출을 전제로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액셀러레이터 Antler에는 석 달에 걸친 네 번의 면접 끝에 붙었는데, 뽑힌 이유가 아이디어가 아니라 일관성과 끈기였다고 했습니다.

10주 프로그램의 6주 차에 스무 팀 중 열네 팀이 잘렸습니다. 그는 9주 동안 VC 커밋을 받아냈는데, 바로 그 6주 차 샌프란시스코 파트너 회의에서 버티컬 AI에는 더 이상 투자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습니다. 같은 기수의 버티컬 AI 열여덟 팀이 함께 정리됐고, 살아남은 두 팀은 특허를 가진 하드웨어 팀과 스타 창업자가 있는 마케팅 에이전트 팀이었습니다. VC의 말은 간단했습니다. 이제 기술적 해자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이 매주 묻는 것도 디자인 파트너와 LOI가 몇 개냐뿐이었다고 했습니다. 창업자가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하는 시대라는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예전에는 기술 창업자와 비즈니스 창업자가 반반이었다면 지금은 7대 3, 8대 2로 기울었다고 했습니다. 그가 택한 길은 오픈소스였습니다. 비즈니스 판단을 모델에서 떼어내 별도 규격으로 관리하는 프로젝트인데, 모델이 바뀌어도 판단이 자산으로 남게 하려는 것입니다. 사내 에이전트 MVP의 95퍼센트가 실패한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는 토스의 김주언 님이었습니다. Bloom 두 번째 행사부터 온 초기 멤버입니다. AGI의 기준으로는 데미스 하사비스의 보수적인 정의를 들었습니다. 인류 최고 지성을 넘어서고 사람이 방향을 잡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패러다임을 바꿔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AI는 사람이 정해준 틀 안에서는 잘하지만 방향을 스스로 세우지는 못한다고 봤습니다. 시점은 2030년, 앞으로 3~4년으로 잡았습니다.

개인의 가치를 기능과 권력, 소유 세 가지로 나눈 이야기가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AI 시대의 본질은 기능의 대체이고, 우리가 두려운 이유는 대부분 소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건물을 가진 사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AI는 그 사람의 비용만 줄여줄 뿐입니다. 그래서 그가 준비하는 것은 개인 미디어였습니다. 남의 머릿속에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소유라는 관점이었습니다.

정체성이 세 단계로 옮겨간다는 정리도 내놨습니다. 지금은 직업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기능적 정체성이고, 5년쯤 뒤에는 어떤 문제를 푸는 사람인지로 옮겨가며, 2030년 이후에는 어디에 속했는지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기능이 쓸모없어질 때마다 역사는 늘 소속으로 돌아갔다고 했습니다. 개발 지식을 유튜브와 엮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마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전문 지식은 이미 다 문서로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라운드테이블은 여섯 조로 나뉘었는데 서로 다른 자리에서 비슷한 답이 나왔습니다. 낮은 수준의 AGI는 거의 왔지만 높은 수준은 멀다는 진단, 진짜 지능에는 물리적 신체가 필요하다는 얀 르쿤 쪽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어떤 조는 내비게이션을 예로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지도를 보고 제 판단을 믿었는데 지금은 GPS를 더 믿는다며, 그 신뢰가 옮겨간 순간이 이미 기준선이 아니냐고 했습니다.

의료 쪽에서는 중간 수준의 의사는 이미 넘어섰고 외부 수술도 로봇이 곧 할 텐데, 남는 문제는 책임과 신뢰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업 이야기로는 순수 소프트웨어만으로는 버티기 어렵고 물리적 제품과 하드웨어, 오프라인이 있어야 한다는 데 여러 조가 모였습니다.

가장 자주 인용된 말은 패션·뷰티 쪽 조에서 나왔습니다. AGI가 왔느냐를 따지는 게 핵심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온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짜 무서운 건 AI가 다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생각하기를 멈추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끙끙대는 능력이 희귀해진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AI가 마찰을 없애줄수록 답이 바로 안 나오는 상태를 견디는 사람이 드물어진다는 뜻이었습니다.

마지막 조는 인식의 문제를 짚었습니다. 기능적으로 AGI가 와도 우리가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걸 정확히 말하지 못하고, 말로 옮기는 순간 암묵지가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게임 업계에서 온 분은 우리는 우리가 뭘 원하는지 모르고, 그래서 답을 제안해주는 회사가 살아남는다고 했습니다.

두 연사는 다른 길로 와서 같은 결론에 닿았습니다. 한 사람은 오픈소스를, 다른 한 사람은 개인 미디어를 택했지만 둘 다 기술만으로는 남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테이블에서도 같은 말이 반복됐습니다. 도메인을 깊이 아는 것과 자기 사람을 갖는 것이 기술 혁신 하나보다 오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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