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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는 이미 도래했는가? 그리고 그 다음 세상은?

오간 이야기

AGI는 이미 도래했는가? 그리고 그 다음 세상은?

이날 연사는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였습니다. 노스웨스턴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우버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구글 딥마인드의 AI 어시스턴트 팀과 바드 프로젝트를 거쳐 xAI의 100번째 멤버로 합류했고 지금은 미라 무라티 님과 존 슐먼 님이 세운 Thinking Machines Lab에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AI 모델을 직접 만드는 사람을 만날 일이 드뭅니다. 문을 연 건 AB180 남성필 대표님이었습니다. 주제는 AI 네이티브 조직이었고 사내 자동화 시스템 하나로 PR 800개를 처리했다는 숫자가 그 개념을 한 번에 설명했습니다.

구글과 xAI의 일상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구글에서는 적게 일하면 주 20시간, 많아도 50시간을 넘긴 적이 없었고 입사 후 3주의 온보딩이 주어졌습니다. xAI는 첫날부터 달랐습니다. 컴퓨터 셋업에 30분을 쓰고 바로 팀에 합류했으며 첫 과제는 논문 하나를 그날 밤까지 구현해 배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출퇴근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오전에 출근해 새벽 2시에서 3시에 퇴근하는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Grok 3 론칭 당시 트위터에 돌던 텐트 사진은 실제였고 일주일에 서너 번은 회사에서 잠을 잤다고 합니다.

힘들었지만 대학 도서관에서 밤새 프로젝트 하던 느낌이었고 그 강도 속에서 오히려 사람들과 가까워졌다는 회고였습니다. 일론 머스크 님은 모든 팀을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직접 만났습니다. 임원 보고는 받지 않았습니다. 개발자 한 명 한 명을 지목해 지금 뭘 하는지 물었고 최소 세 단계를 파고들었습니다. 왜 그렇게 했는지, 그래서 그게 무엇인지, 다음은 어떻게 되는지.

기술적으로 깊이 들어오는 사람이었고 표현은 직설적이었습니다. 가장 싫어한 건 First Principles로 따졌을 때 맞지 않는 방향이었습니다. 자율주행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대부분의 회사가 라이다와 레이더를 썼지만 사람은 눈으로만 운전한다는 논리로 카메라 비전만 고집했습니다. 그때는 틀렸다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 보면 맞는 부분이 꽤 있다고 했습니다.

xAI에서 맡은 프로젝트는 Macro Hard였는데 이름부터 농담 같았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드웨어 없이 거의 순수 소프트웨어로 굴러가는 기업인데, AI가 사람의 개입 없이 그런 기업 하나를 대체할 수 있다면 그게 AGI라는 발상입니다. 그 반대 방향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입니다. 목표는 컴퓨터 앞에서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을 계획부터 실행까지 사람처럼 처리하는 디지털 사람 에뮬레이터였고 단 두 명으로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보여주듯 AGI의 정의는 랩마다 다릅니다. OpenAI는 모든 직업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의 평균 수준을 AI가 수행할 수 있을 때로 봅니다. 일론 님의 기준은 Macro Hard 그 자체, 회사 하나가 사람 개입 없이 AI만으로 운영될 수 있을 때입니다. 데미스 하사비스 님의 기준은 또 다릅니다.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견하던 때와 같은 조건을 AI에게 줬을 때 AI도 같은 발견을 해낸다면 AGI라는 것입니다. 김성식 님 본인의 진단은, 지식과 논리는 이미 웬만한 사람을 앞서지만 처음 보는 정보를 몇 번 만에 빠르게 배우는 능력과 대화를 이어가며 계속 배우는 컨티뉴얼 러닝에서는 여전히 사람에 못 미친다는 것이었습니다.

Thinking Machines Lab의 방향은 다른 랩들과 다르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랩이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을 만든다면 TML은 사람과 AI가 협업하는 관계를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공개한 방향 둘도 그 연장선에 있었습니다. 먼저 멀티모달리티입니다. 지금 우리가 AI를 쓸 때는 스크린샷을 붙이고 상황을 텍스트로 설명한 뒤 질문하니 이미 이메일에 가까운 방식입니다. 사람끼리는 서로 보고 들으며 필요하면 직접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런 방식으로 훨씬 풍부한 맥락을 AI와 연결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인 Full Duplex는, 지금 대부분의 AI가 턴 베이스라 내가 말하면 상대가 받아 응답하는 것과 달리 사람은 말하면서 끊기도 하고 듣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그 방식을 AI에 넣겠다는 것입니다. 아이언맨의 자비스를 예로 들었습니다. 자비스가 여러 면에서 토니 스타크보다 똑똑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토니가 사라지지 않고 둘의 상호작용에서 아이언맨이 나옵니다. 특히 현실에서 움직이는 물리 AI에서는 Full Duplex가 더 중요해집니다. 이메일은 기다려주지만 도로 위의 차는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귀적 자기개선을 주제로 한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가 한국에서 인상 깊게 본 건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도입하는 속도였습니다. DX나 AX 같은 용어가 한국에서는 이미 널리 쓰이는데 미국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숫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한국의 AI 토큰 사용량은 인구 대비 세계 1위에서 2위 수준이라, 앤트로픽이 첫 해외 오피스를 한국에 내고 OpenAI도 한국 오피스를 운영하는 것이 단순한 상징이 아닙니다.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이 꼭 필요하냐에는 정답이 없다고 했지만 한국의 토큰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높다면 글로벌 랩들은 한국 데이터에 맞게 모델을 학습시킬 수밖에 없으니 많이 쓰는 것 자체가 협상력이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모든 직업이 사라지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Claude Code만 봐도 특정 태스크에서 웬만한 개발자를 앞서지만 개발자를 더 붙일수록 생산성이 오르는 구조는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기술을 평생 직장으로 삼던 시대가 지난 것이지 사람이 쓸모없어진 게 아니고 AI와 협업하며 다른 분야로 넘어가는 유연함이 중요해졌을 뿐입니다.

포스트 AGI 세계에서는 엔터테인먼트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봤습니다. AI가 빠르게 대체하는 영역은 코딩처럼 테스트를 돌리면 결과가 나오는 태스크입니다. 맞고 틀림을 바로 판정할 수 있으니까요. 반면 어떤 영화가 명작인지 망작인지는 스펙으로 적기 어렵습니다. 그 판단 기준을 세울 수 있는 사람, 정성적 판단을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의 역할이 그래서 더 중요해진다는 것입니다.

40분의 소모임은 짧았지만 밀도가 높았습니다. 한 노트 앱 창업자는 Macro Hard의 내부 목적 함수가 프로세스 정리 쪽일 줄 알았는데 모델 학습이라는 답에 놀랐다고 했습니다. 게임사 AI 리서처는 TML의 모델 구조를 물었고 System 1 레이어가 브레인 레이어를 호출하는 방식이라는 설명과 함께 여러 회사가 각자의 길로 AGI에 도달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소버린 AI가 화제였는데, AGI 수준의 AI는 핵무기처럼 무기화될 수 있어 공개되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자립권 차원의 소버린 AI가 의미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바둑을 예로 든 테이블도 있었습니다. AI가 이미 지나간 도메인인 바둑에서 최고 기사들은 여전히 잘 살고 상금도 그대로이니, AI가 휩쓸고 간 도메인을 보면 우리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관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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