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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이 더 키워야 할 것

오간 이야기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이 더 키워야 할 것

첫 행사에 3일 만에 2천 명이 신청했습니다. 200명만 모실 수 있어 1,800명의 아쉬움이 남았고 그 아쉬움이 연속 행사를 만들었습니다. 2차에서 발표를 마친 마이리얼트립이 먼저 손을 내밀어 공간과 케이터링을 지원했고 그렇게 자사 사무실에서 3차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번엔 구독자 73만 명의 AI 코딩 크리에이터 조코딩 님이 연사로 함께했습니다.

마이리얼트립 허원진 CTO님이 꺼낸 이야기는 고객 상담이었습니다. 매달 7만 5천 건의 문의가 전화와 채팅 반반으로 들어옵니다. 15년간 이 문의량은 플랫폼이 클수록 늘었습니다. 그때마다 사람을 더 뽑는 방식으로 버텼습니다. 인건비는 자연히 늘었고 상담원 근속은 짧았으며 잦은 입퇴사로 교육 비용이 쌓이고 고객 경험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도입 방식은 신중했습니다. 처음부터 전면 교체가 아니라 기존 채팅 솔루션을 그대로 둔 채, FAQ와 정책으로 답할 수 있는 단순 문의에만 챗봇을 얹었습니다. 상담원이 새 시스템을 배울 필요가 없었고 챗봇이 못 푸는 문의는 자연스럽게 사람에게 넘어왔습니다. 성과가 보이자 API를 연동했고 그다음엔 AI 에이전트가 직접 액션하는 단계로 확장했습니다. 비밀번호 재설정 메일 재발송 같은 단순 건에서 시작해 환불 수수료 계산 같은 복잡한 건까지 AI가 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단순 상담 인원이 57명에서 28명으로 절반 수준까지 줄었습니다. 빠진 인원은 해고가 아니라 감성 클레임이나 긴급 건을 다루는 고급 상담으로 이동했고 AI 상담 품질이 사람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다고 합니다. 눈여겨볼 지점은 성과 자체가 아니라 순서였습니다. 기존 환경을 흔들지 않고 좁은 범위에서 검증한 뒤 단계적으로 넓힌 것이, 현장 저항을 줄이면서 전환을 밀어붙인 방법이었습니다.

운영 자동화 이야기는 숫자가 더 극적이었습니다. 해외에서 상품을 가져오면 번역하고 카테고리를 맞추고 도시별로 정리하는 작업이 전부 수기라 일주일에 25개가 한계였습니다. 지금은 버튼을 누르고 도시를 입력하면 AI가 트렌드를 분석하고 카테고리를 뽑아 새벽 4시에 자동으로 상품을 등록하고 하루 최대 5천 개까지 처리됩니다. 원래 손대지 않던 아프리카나 중동의 도시들도 상품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카이로와 모나코에서 실제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사람이 감당하지 못해 비워두던 롱테일 시장이 자동화로 그대로 매출 기회가 된 사례입니다.

조코딩 님의 발표 주제는 AI 시대의 1인 창업이었습니다. 대표 사례는 2020년에 만든 동물상 테스트. 사진을 올리면 고양이상인지 강아지상인지 알려주는, 기능이라곤 그게 전부인 서비스입니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12만 명이 공유했고 영어권에서만 4천만 명 넘게 썼습니다.

흥미로운 건 운영 구조였습니다. 클라우드플레어 Pages에 올린 정적 웹사이트라 전 세계가 한꺼번에 접속해도 대역폭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AI도 텐서플로우 JS 기반 온디바이스 방식이라 서버가 없고 브라우저에서 바로 돌아가니, 도메인 값 외에 운영비가 사실상 0원입니다. 이 서비스는 2020년 출시 이후 코드를 거의 손대지 않고도 지금까지 매달 65만에서 120만 원씩 수익을 냅니다.

그가 짚은 후회는 수익화 타이밍이었습니다. 바이럴 최고점에 유료 결제를 붙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애드센스로 하루 600만 원이 찍힌 날도 있었지만 거기서 멈췄고 뒤늦게야 결제와 리포트 기능을 붙였습니다. 조회수가 곧 매출이 아니라는 것, 트래픽이 몰릴 때 전환 장치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교훈입니다. 그의 구독자들도 같은 방식으로 관상 테스트, 첫인상 테스트 같은 서비스를 만들었고 퍼스널 컬러 진단으로 1억을 번 사례까지 나왔습니다.

그는 1인 유니콘이 진짜 가능해졌다고 봤습니다. AI가 코딩을 잘하는 건 이미 알려졌고 디자인도 그렇게 되어, 클로드가 피그마 없이 디자인을 해주기 시작하면서 관련 주가가 흔들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한 명이 기획과 개발, 마케팅을 전부 할 수 있는 시점이 됐다는 것입니다. 가장 오래 남은 건 한 문장이었습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대기업이나 1인 창업자나 쓰는 AI 모델은 똑같다는 것. 모두 같은 모델을 감싸 쓰는 것뿐이라 기술 격차가 사실상 사라졌고 그래서 남는 건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라운드테이블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 그리고 AI 네이티브가 되어야 하는 조직은 어디인가라는 같은 주제를 받았습니다. 나온 이야기는 비슷하면서도 달랐습니다. 개발팀의 60퍼센트를 내보냈더니 아웃풋이 두 배가 됐다는 회사가 있었고 인건비를 크게 줄이고 클로드와 코덱스에 쓰는 비용은 1억도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폐쇄망 기업은 여전히 도입 자체가 어렵다는 현실, AI 덕에 일이 줄었는데 남은 시간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도 함께 올라왔습니다.

그래도 방향은 한 곳으로 모였습니다.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것은 책임감과 판단력, 직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제약회사 마케터는 AI가 합리적인 말을 많이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틀릴 때가 있고 그 틀리는 순간을 잡아내는 게 지금 사람의 역할이라고 했습니다. 리더가 먼저 AI 네이티브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반복됐습니다. 의사결정권자가 AI를 이해하지 못하면 조직 전체가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로에서 하나를 만드는 문제 해결과 그것을 스토리텔링하는 일이 사람의 몫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날 원준 님은 Bloom의 정체성을 가장 활발하고 솔직한 AI 커뮤니티로 정의했습니다. 활발함은 좋은 공간에 좋은 사람을 모아 재미있는 이벤트를 만드는 것이고 솔직함은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라 각자 겪는 문제를 꺼내 함께 답을 찾는 자리를 뜻합니다. AI로 인한 우울에서 시작해 함께 피어나자는 취지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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