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Slop vs AI 자산화
오간 이야기

첫 세션은 ARK Point 오태완 대표님이었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컨설턴트를 거친 비개발자입니다. 발표의 출발점은 “모델은 같습니다”라는 한 장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모델을 쓰는데 누구는 그것으로 자산을 만들고 누구는 슬롭(slop)을 만듭니다. 슬롭은 한국어로 오물이나 사료에 가까운 단어라고 설명했습니다. 예시로 희귀병을 든 대목이 분명했습니다. 대중적인 병은 이미 약이 있지만 희귀병이나 반려동물의 병은 약이 없어서, 그런 경우에 AI로 약물 개발에 접근한 사례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같은 모델로 누군가는 희귀병에 접근하고 누군가는 감기도 진단하지 못합니다.
조바심에 근거가 있는지도 데이터로 짚었습니다. 전 세계 생산가능인구의 18%가 AI를 쓰는데 한국은 37%이고, 주요 모델의 유료 구독자 비중은 한국이 1위입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자료를 인용한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기모터나 IT도 등장하자마자 생산성이 오른 것이 아니라, 투자가 글로벌 GDP의 1.5%를 넘는 시점부터 실질적인 개선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현재 AI 투자는 글로벌 GDP의 0.9%, 미국은 1.8%이고, 2027~2028년에는 각각 1.4%와 2.8%가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미국은 이미 그 선을 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어서 본인의 실패담을 솔직하게 공유했습니다. 터미널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상태에서 동료의 권유로 클로드 코드를 켠 날 저녁에 첫 제품이 만들어졌고, 하루에 두 개씩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4년치 법인카드 내역을 분석해 자주 가는 식당을 지도에 찍은 ‘국회의원 맛집 지도’는 바이럴이 되고 기사까지 났습니다. 미슐랭을 패러디한 가이드, 토스에 낸 앱 열 개 이상, 쿠팡 상품을 긁어 성분이 가장 좋은 것을 골라주는 사이트가 이어졌습니다. 그의 결론은 분명했습니다. 수백 개를 만들었는데 지금 쓰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리한 슬롭의 네 가지는 이렇습니다. 첫째, 쓸 수 있는 품질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80점부터 쓰기 시작하고 90점을 넘어야 좋다고 인지하는데 AI로 만들면 70점에 머무릅니다. 둘째, 결과물은 쏟아지는데 역량이 쌓이지 않습니다. 매일 걸어도 100미터 달리기 선수가 되지 않는 것과 같아서, 어떻게 하면 빠를지 연구하면서 걸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셋째,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 병목을 건드리지 못합니다. 한 컨설팅 회사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쓰는 기업의 85%가 영업이익 개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넷째, 생산 비용을 줄이는 대신 소비 비용을 늘립니다. 회의록을 1분 만에 요약해 열 명에게 공유하면, 그 열 명이 내용을 파악하는 데 더 오래 걸립니다.
반대로 자산은 네 가지를 묻습니다. 계속 쓰이고 개선되는가, 실제로 비즈니스 임팩트를 냈는가, 핵심 병목을 제거했는가 아니면 남에게 전가했는가, 그리고 AI 네이티브하게 워크플로를 다시 설계했는가입니다. 마지막 항목을 애널리스트 시절의 광고 산업에 빗대 설명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오프라인 광고 회사의 핵심 역량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것이었는데, 인터넷이 등장하자 전단지에 QR코드를 붙이고 디지털 광고 회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실제 디지털 광고 회사는 문법이 아예 달랐습니다. 지금 AI도 마찬가지로, 기존 구조에 QR코드를 붙일 것인지 비즈니스를 새로 설계할 것인지가 갈림길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쓰고 있는 스킬 하나도 공개했습니다. 좋은 아티클을 북마크에 저장하면 아무도 다시 보지 않으니, 링크를 넣으면 노션에 스터디 자료가 생성되도록 만든 것입니다. 원문에 없는 배경 지식과 비교군을 채워주고, 우리 조직 상황에 맞는 적용점과 질문을 던져줍니다. 해설은 토글 안에 접어두고 팀원들과 먼저 토론한 뒤 열어본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공부해서 한 학기 걸릴 내용을 5주에 끝냈고, 3월부터 공부한 내용을 A4 18장 분량으로 정리해 공개했습니다.
두 번째 세션은 Genspark의 박서연 님과 강슬기 님이었습니다. 제목은 ‘마케터의 언어는 어떻게 바뀌는가’, 부제는 ‘Say Less, Ship More’였습니다. 박서연 님은 마케터의 직무가 아웃소싱, 셀프서비스, 프롬프트 AI를 거쳐 네 번째 단계인 맥락을 이해하는 AI로 넘어가고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복잡한 툴을 배우는 대신 방향만 던지는 단계입니다. 슬라이드의 한 줄이 이를 요약했습니다. Context is the new prompt. 사용자의 프로젝트 기록과 연결된 앱, 자주 쓰는 톤앤매너를 이해한 상태에서 결과물이 나오는 세컨드 브레인 기능을 소개했고, 디자이너에게 부탁하기도 직접 하기도 애매한 구간을 해결해준다는 대목에 많은 분들이 공감했습니다.
강슬기 님은 실제 시연을 맡았습니다. 가장 실용적인 팁은 브랜드의 CI 소개 페이지를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저장해 HTML과 이미지를 통째로 디자인 시스템에 등록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미지를 통으로 생성시키면 브랜드 가이드를 지켰는지 검증하기 어렵지만, 배경 위에 텍스트와 로고를 조합하게 하면 가이드를 지키면서 결과물이 나옵니다. 애슬레저 브랜드 ‘벨로라’의 팝업 포스터와 카드뉴스, 모찌 브랜드 ‘모치노’의 키오스크 인터랙션 페이지를 만들어 보였고 효과음까지 생성했습니다. 시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결과물보다 과정이었습니다. 요청을 넣으면 바로 만들지 않고 서브 카피와 비주얼 방향을 되물었습니다. 만드는 도구라기보다 생각을 정리시키는 도구에 가까웠습니다. 정리한 다섯 가지는 브랜드 가이드, 방향성, 역질문에 답할 확신, 결과물을 판단하는 눈, 그리고 실행력이었습니다. 만드는 것이 쉬워질수록 남는 것은 판단과 실행이라는 결론은 앞 세션의 슬롭과 자산 이야기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오프닝에서는 AI 행사에 개발자만 온다는 인식을 짚었습니다. 이 커뮤니티는 개발자가 30%이고 나머지 70%가 비개발자입니다. 이날 발표한 세 명도 모두 비개발자였습니다. 애널리스트 출신 대표, 마케팅 매니저, 광고 쪽 앰배서더가 100명의 비개발자에게 만드는 법을 알려준 저녁이었습니다.
원문 보기행사 영상
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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