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초보라는 변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오간 이야기

그동안 Bloom은 스스로를 커뮤니티 초보라고 부르며 서툴고 뚜렷한 비전이나 목표 없이 시작했다는 점을 자주 앞세워 왔습니다. 운영한 지 5개월을 넘기면서 그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봤고, 찾아오는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더 체계적인 운영과 구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처음에는 열정으로 밀어붙일 수 있어도 거의 재능기부에 가까운 일이라 오래 가려면 건강한 보상 구조가 필요하다는 말, 처음에만 반짝이고 금방 사라지는 커뮤니티가 너무 많은데 Bloom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많은 분이 해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만든 이유는 그 첫 단계로 만든 앱을 커뮤니티에 먼저 보여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Bloom 소식은 행사 신청 페이지와 디스코드, 블로그에 흩어져 있었고, 디스코드에서 행사 소식이 대체 어디 올라오느냐는 말이나 후기만 보다가 신청하러 들어가 보면 이미 끝나 있더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와 유튜브, 행사, Mixer를 앱 하나에 모으고, 운영진이 아니어도 멤버라면 누구나 Bloom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이벤트나 큐레이션 소모임인 Mixer를 열 수 있는 바탕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앱은 월요일에 만들기 시작해 이틀쯤 걸렸고, iOS와 안드로이드 앱이 심사 중이어서 웹앱으로 먼저 열었습니다.
앱을 처음 만들어 보는 입장이라 개발자 눈에는 서툴고 디자이너 눈에는 감성이 모자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먼저 말하고, 같이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의견을 주면 바로바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의견은 디스코드에 새로 만든 앱 피드백 채널로 받았는데, 스크린샷과 함께 남기면 AI가 그걸 보고 수정까지 돌리는 구조였습니다. 온보딩 영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는 분이 있어 화면을 띄워 놓고 과정을 짚기도 했습니다. 출발점은 Y Combinator가 투자한 미국 앱 222로, 원하는 것을 신청서에 적으면 매번 큐레이션한 소모임을 꾸려 주는 앱이라 Mixer를 만들 때도 벤치마크로 삼았던 곳입니다.
222의 온보딩 영상을 Claude 5.5에 넣고 이런 걸 하고 싶다고 거듭 설명했더니 처음에는 별빛만 반짝이는 심심한 화면이 나왔습니다. 함께 운영하는 김준수 님이 사주 앱 같다고 해서 사진을 넣자 조금 더 실감 나는 영상이 됐고, Bloom 블로그 글을 전부 넣어 우리는 이런 콘셉트라고 설명하자 문구와 영상, 배경 그러데이션까지 바로 나왔습니다. 처음에 조금 오그라들던 문구는 직접 고쳐 보려다 바꾼 쪽이 더 이상해서 그대로 두었고, 온보딩을 넣어 달라고만 했는데 슬라이드 마지막의 홍보 영상까지 만들어져 나오는 걸 보면서 기가 막혔습니다.
앱을 초대장으로만 들어올 수 있게 연 데에는 아직 QA 중인 클로즈드 베타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다른 수많은 앱에 비해 어떤 우위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기능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멤버들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행사에 자주 오던 분들과 바쁜 시간을 내 이 자리에 온 분들을 중심으로 질을 지키며 넓혀 가기로 했고, 가드너에게는 초대권을 10장씩, 이날 온 분들께는 5장씩 드렸습니다. 초대장 보내는 법은 설명해야 찾을 수 있다면 앱이 직관적이지 않다는 뜻이라 일부러 알려 드리지 않았습니다.
Bloom이라는 정원을 함께 가꾸는 가드너에는 생각보다 많은 55명이 지원했고, 신청서를 비롯해 여러 가지를 살피며 되도록 다양한 분을 모시려고 6명을 골랐습니다. 프로그램을 짜기 전에 가드너에게 먼저 묻고 운영진 안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제3자의 눈으로 짚어 주는 의견에 기대려는 생각이지만, 더 많은 분의 의견을 듣고 싶어 이런 자리를 만든 만큼 디스코드든 DM이든 편한 방법으로 건설적인 의견을 달라고 함께 부탁했습니다. 포부를 들어 보자는 말에 다들 눈을 피했지만, 가드너들은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지원한 이유와 계획을 이야기했습니다.
강정민 님은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에 LLM과 씨름하다 너무 지친 어느 날 커뮤니티에 처음 나왔고, 사람에게서 얻는 인사이트가 소중해 계속 오다 보니 가드너까지 됐다고 했습니다. 이곳에서 인사이트를 얻으며 취업 준비생에서 예비 창업자로 방향을 바꾸는 중이고,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1만 명을 가장 큰 목표로 꼽았습니다. 해외영업팀에서 화장품 OEM·ODM을 맡고 있는 이민재 님은 ChatGPT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AI를 써 왔지만 자기 도메인 밖에서는 다들 어떻게 쓰는지가 늘 궁금해 여기저기 모임을 찾아다녔고, Bloom에서 샌프란시스코 이야기를 다룬 세션을 듣고는 매번 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모빌리티 회사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해 온 유재민 님은 지금 대학원에서 AI를 공부하고 있고 스타트업과 아트테크, 문화예술 쪽에 친구가 많은데, 보안 때문에 회사 컴퓨터에서는 AI 도구가 돌아가지도 않아 AI를 업무에 잘 붙여 쓰는 친구들이 늘 부러웠다고 합니다. 그 친구들을 따라다니다 알게 된 Bloom은 캐릭터가 귀엽고 피어난다는 뜻이 담긴 이름 덕분에 AI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스스로를 비개발자이자 완전 문과생이라고 소개한 유재민 님은 하나씩 배워 업무를 풀어 가는 기록인 「가드너 다이어리」를 쓰며, AI를 사람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이어 주고 그중에서도 아직 AI에 보수적인 예술 분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6년 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이상민 님은 스카우트 제안까지 커뮤니티를 통해 받을 만큼 받은 게 많아 이제는 나눌 차례라는 생각이 강연으로 이어졌고, Bloom에서도 다 같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을 연구해 나누려고 지원했습니다. SI 기업 AI 연구원인 전창원 님은 세어 보니 Bloom에 27번 왔다며, 모집 때 누군가 잘하겠지 하다가 원준 님이 안 하시냐고 묻는 바람에 하게 됐고 사람들이 더 잘 이어지도록 중간에서 다리를 놓고 싶다고 했습니다. 토스에서 DevOps와 백엔드를 맡은 김주언 님은 무료인데도 유료보다 수준 높은 세션이 열리는 Bloom이 귀했다며, 기능의 해자가 무너진 다음에 대한 나름의 답으로 자기 비전을 담은 유튜브 같은 미디어를 만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소개를 마치고 질문을 받자 가장 먼저 나온 건 이름 이야기였습니다. 앱을 실명으로 운영할지 이름을 각자 입력하게 둘지를 물은 분은 본인은 실명을 썼다며 실명 인증부터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고 짚었고, 익명이냐 실명이냐에서부터 커뮤니티의 성격이 많이 달라질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름이 정체성과 이어질 수 있다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실명 인증은 아직 없었지만 그때까지 익명으로 가입한 분은 한 명도 없었고, PASS나 카카오 인증 같은 방식을 말하는 것인지 되물은 뒤 한번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초대장을 받자마자 가입해 써 봤다는 분은 다음 주 Lovable 행사를 기존 신청 페이지에서 신청해 승인을 받은 뒤 앱에서도 같은 행사를 신청해 봤더니 양쪽에서 등록 확인이 왔다고 했습니다. 앱과 디스코드, 신청 페이지 중 어디로 들어와도 한 채널로 모이도록 자동화하자는 제안이었고, 중복을 막으려면 양쪽 이메일이 같아야 하니 미리 약속을 정해 두면 다른 곳에 가입한 분도 자동으로 이어질 거라고 했습니다. 신청 페이지가 API를 제공하니 어렵지 않을 거라고 거든 분도 있었고, 실제로 이메일만 같으면 교차 확인이 되니 중복으로 신청한 분께는 따로 연락해 정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앱이 생기면 디스코드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당분간 그대로 둔다고 답했습니다. Anthropic과 OpenAI, Lovable 같은 글로벌 회사들도 디스코드를 운영하고 있고, Higgsfield나 Genspark처럼 함께 행사를 열고 크레딧을 지원받을 때도 공지는 디스코드가 훨씬 편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앱은 DM과 1촌 추가, QR 체크인을 더해 오프라인판 LinkedIn처럼 키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람은 직접 만나 봐야 결이 맞는지 알 수 있으니 행사가 끝나면 계속 만날지를 고르게 하고, 주제가 AI가 아니어도 보드게임처럼 누구나 Mixer를 열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뒤에는 불을 켜고 안쪽 소파로 옮겨 각자 통성명을 나눴습니다.
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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