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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교육을 받고도 82%는 현업에서 쓰지 않습니다

오간 이야기

AI 교육을 받고도 82%는 현업에서 쓰지 않습니다

준수 님이 던진 첫마디는 이랬습니다. 다들 AI를 잘한다고 하는데 잘한다는 게 뭔지 기준을 갖고 말하는 사람은 못 봤으니, 그 기준을 오늘 같이 만들어보자. 그러고 손을 들어보라고 했습니다. AX 도입을 맡고 있다는 분은 꽤 올라왔는데, 교육을 돌렸는데도 현업이 못 쓴다고 느끼는 HR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 온도 차가 저녁 내내 따라다녔습니다.

오프닝 파이어사이드는 LilysAI의 김예인 님이었습니다. 유튜브 영상이든 PDF 논문이든 잔뜩 던져 넣으면 요약해주고 질문에 답하는 도구입니다. 최근 기사에서 본 100만이라는 숫자는 그 자리에서 130만으로 정정받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보는 건 그 숫자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공개용 숫자는 따로 있고 내부 지표는 리텐션과 유료 전환율이라, 130만을 봤을 때도 그냥 기뻐하고 그냥 나갔답니다.

대신 꺼낸 게 북미를 겨냥한 신제품 Readray였습니다. 쓰고 나서 한 주 뒤에 돌아오는 비율이 70퍼센트로, LilysAI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유는 지능이 아니라 사용성이었습니다. 엄청나게 좋은 칼이 나왔는데, 너무 훌륭하다 보니 이걸로 머리도 자르고 과일도 자르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머리는 가위로 잘라야 훨씬 편합니다. AI의 생활 침투율은 아직 1퍼센트입니다. 자료를 읽는 문제에서 최고의 경험은 아이언맨의 HUD처럼 눈앞에서 바로 증강되는 것이라, Readray는 아무것도 묻지 않아도 알아서 리서치를 얹어주는 쪽으로 만들었습니다.

잘되는 서비스를 두고 왜 새 제품을 만들었는지부터 들어야 했습니다. 답은 꿈이었습니다. 공동 창업자와 함께 노션이나 캔바, 그래머리처럼 전 세계에서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꿈이어서 창업했다는 것입니다. 숫자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잘된 스타트업이라는 당근의 연매출이 2,700억인 반면, Grammarly는 문법 교정 하나로 1조를 만듭니다. Canva는 4조가 넘습니다. 그런 제품을 만들려면 훨씬 더 뾰족해져야 한다는 걸 거기서 깨달았고, 깨닫는 데 1년이 걸렸습니다. 모델이 새로 나올 때마다 위협이 아니냐는 걱정도 듣지만, 리텐션이 변화한 순간은 없었다고 합니다. 고객이 투자 결정을 하려고 유튜브를 엄청나게 보는 사람이라, 다섯 줄 요약으로는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침투하지 못한 게 제품 문제였는지 마케팅 문제였는지 물었더니 둘 다였다고 합니다. 북미는 UI가 훨씬 극단적으로 심플합니다. 한국에서는 버튼에 이름이 붙어 있어야 누르는데, 북미에서는 이름이 붙어 있으면 텍스트가 많아서 싫다고 합니다. 커뮤니티도 달랐습니다. 한국에서는 좋은 자료를 요약해 오픈 카톡방에 뿌리는 방식으로 컸는데, 레딧에서는 뭐만 하면 너 누구야가 먼저 나왔습니다.

투자는 지금까지 받지 않았습니다. 1년 만에 손익분기를 넘고 계속 순이익이 나서 받을 이유가 없었고, 결국 다 자기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라 비용 관리를 처음부터 잘하게 됐다고 합니다. 팀은 다섯 명입니다. 이 다섯 명이 어떻게 제품을 만드는지가 가장 듣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답은 권한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A부터 Z까지 쥐고 가는 구조라 프론트 엔지니어가 기획자를 겸하고, 엔지니어는 Claude Code Max를 한 명이 세 개씩 돌립니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닙니다. 동시에 백 가지를 진행할 수 있는 세상인데 처음에는 한두 가지밖에 안 굴러갔고, 왜 그런가 봤더니 일을 발굴하는 게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낸 처방이 숙제였습니다. 팀원 전원이 일주일에 통계 숫자를 스무 개씩 찾아 슬랙에 올리게 했더니, 스무 개의 새로운 사실에서 스무 가지 새 할 일이 나왔습니다.

AI에게 안 시키는 건 딱 두 개 남았다고 합니다. 하나는 글쓰기입니다. 아무리 시켜봐도 평균적인 글밖에 안 나와서, 유저에게 나가는 글은 직접 씁니다. 다른 하나는 사용자와 소통하는 일입니다. AI가 할 수는 있지만 그 감각을 본인이 유지하는 게 중요해서라고 했습니다. 마지막 조언도 같은 결이었습니다. 짠 하고 나오는 제품은 바이럴은 되지만 결국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고, 정말 짜치는 것들을 많이 해줘야 쓸만한 게 나온다는 것.

메인 파이어사이드의 주인공은 팀스파르타 AX 교육팀 컨설팅 파트를 맡은 황재경 님이었습니다. 책상마다 놓인 건 이분이 만든 2026 기업 AX 벤치마크 리포트였습니다. 제일 재밌었던 숫자는 두 개였습니다. 97퍼센트가 AI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는데, 교육을 받은 사람의 82퍼센트는 현업에서 잘 못 쓰겠다고 답했습니다. 준수 님은 이걸 영어 공부에 빗댔습니다. 다 공부해야 하는 건 아는데, 공부 시켜줬으니 이제 가서 영어 하세요 하면 못하겠다는 것.

경쟁사보다 비슷하거나 앞서 있다고 답한 기업이 절반인데, 그중 29퍼센트는 도입을 시작도 못 한 상태였습니다. 이 간극이 어디서 오는지 물었습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현장에서 보는 AI와 본사 데스크에서 보는 AI가 다를 뿐이라고 했습니다. 비교 대상이 빅테크가 아니라 친구니까요. 데스크에서 기획하는 분들은 전방 반경 십 미터 안에 있는 사람이 다 AI를 씁니다. 그래서 자기 위치를 재려면 뭘 봐야 할까요. 세 가지가 나왔습니다. 지난 일주일간 AI로 낸 결과물 다섯 개를 열거할 수 있는가, 다른 팀에서 AI를 잘 쓰는 사람의 이름을 댈 수 있는가, AI 때문에 실제로 없어진 업무가 있는가.

교육을 받고도 못 쓰겠다는 82퍼센트는 현장에서 어떤 모습일까요. 교육에서 나온 산출물을 내부로 못 가져가는 게 가장 큽니다. 스킬이든 정리한 파일이든 개인 폴더에만 남습니다. 가로막는 건 양식과 결재선입니다. 양식도 결재선도 그대로라 바뀌는 게 없고, AI로 써도 다시 옮겨 적는 손 작업이 생기니 이럴 거면 그냥 하던 대로 하지가 됩니다. 리포트가 꼽은 1위 장벽도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직원 간 AI 활용 수준 차이, 언급률 55퍼센트. 누구는 30분 만에 준비해 오고 누구는 원래 하던 대로 정리해 오니 회의부터 무너지고, 잘 쓰는 사람에게 일이 쏠립니다.

그러면 회사는 기준을 어디에 맞춰야 할까요. 답은 둘로 나뉘었습니다. 프로세스는 상위단에 맞추는 게 훨씬 편합니다. 15퍼센트 정도 챔피언을 뽑아 우리 회사에 맞는 프로세스를 만들게 하는 게 가장 빠릅니다. 교육은 하위에 맞춰야 합니다. 상위에 맞추면 하위에 있는 분들이 한 시간 만에 포기합니다. 쓰라고 해도 죽어도 안 쓰는 사람은 왜 안 쓸까요. 관성도 업종도 아니었습니다. 안 써도 손해가 없기 때문입니다. 더 이득도 없고 불이익도 없으니 굳이 쓸 이유가 없습니다.

규모와 업종에 따른 차이도 갈렸습니다. 도입 실행률은 대기업 76퍼센트, 중견 50퍼센트, 중소 46퍼센트입니다. 규모 차이는 돈이 맞았습니다. 월 5,000만 원 이상 AI에 쓰는 비율이 대기업은 41퍼센트, 중소기업은 9퍼센트입니다. 그런데 업종 차이는 데이터였습니다. IT 78퍼센트와 제조 44퍼센트가 벌어지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제철소에 들어간 이야기가 남습니다. 헬멧을 쓰고 줄 서서 따라가 먼지를 털고, 여기다 USB를 꽂으면 데이터가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한 시간은 여섯 명씩 둘러앉았고, 조장은 각 테이블에서 가장 비싼 AI 요금제를 구독하는 사람으로 정했습니다. 어느 조장은 AI 에이전트를 직원처럼 부리는 회사를 만들겠다며 창업했는데 직접 해보니 달랐다고 털어놨습니다. 게임사 엔지니어의 한마디도 남았습니다. AX의 병목은 결국 사람이고, AI는 너무 빠르고 똑똑한데 나는 느리고 멍청하다는 것. 돌아오는 길에는 두 파이어사이드가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섯 명이든 천 명이든 막히는 자리가 같았습니다. 툴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업무 어디에 쓸지를 몰라서 멈춰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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