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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가 결제하면 책임은 누가 지나

오간 이야기

에이전트가 결제하면 책임은 누가 지나

Korea Blockchain Week 기간에는 해외의 많은 기업이 한국을 찾았고, Bloom은 블록체인 중심 커뮤니티는 아니지만 AI와 맞닿은 지점이 있으면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Ripple, t54, Tenity와 「Agentic Payments Onchain」을 공동 주최했습니다. 이 자리를 만든 이유는 AI 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신해 블록체인 위에서 결제할 때 필요한 기술만큼이나, 그 결제가 현실에서 어떤 법적 문제로 이어지는지를 짚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소 행사에 자주 함께해 주시는 넥스트증권과의 대담도 따로 마련했습니다.

Ripple의 Joel Mun 님이 소개한 XRP Ledger는 14~15년째 운영되며 속도와 비용, 안정성이 검증된 블록체인인데, 스마트 컨트랙트 없이 송금과 토큰 발행 같은 기능을 코어에 넣어둬서 개발자는 연결해 API를 쓰기만 하면 됩니다. 그날 확인한 x402 트랜잭션이 900만 건이었고 Ripple의 스테이블코인 RLUSD도 약 23억 달러 규모로 에이전트 결제에 쓰이지만, 경쟁 스테이블코인에 비하면 아직 뒤쫓는 단계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날 아침 싱가포르에서 날아온 Tenity의 김보민 님은 에이전트가 거래를 대신할수록 사람 사이의 신뢰가 더 중요해진다며, 좋은 기업을 찾아 맞는 파트너와 이어주는 일을 Tenity의 몫으로 꼽았습니다.

t54의 Claire Jung 님은 에이전트 결제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t54는 결제 회사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과 서비스 제공자 사이에서 위험을 관리하는 신뢰 계층을 만드는 회사라는 점부터 분명히 했습니다. 기관용 제품 Trustline은 에이전트를 누가 소유하고 어떤 실행 환경에서 돌리는지까지 확인한 뒤, 사용자가 맡긴 범위와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쓸 근거를 차례로 봅니다. 10달러짜리 골프화를 사달라고 맡긴 에이전트가 100달러나 1,000달러를 쓸 수도 있기 때문인데, 결제 뒤 카드사에 이의를 제기해 돈을 돌려받는 차지백이 에이전트 결제에서 생길 때 무엇을 증거로 삼을지는 아직 아무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거래는 t54 창업자 Sergio Chan 님이 보여줬는데, 코드를 한 줄도 쓰지 않고 Codex에 자연어 프롬프트 몇 개만 넣어 만든 리서치 에이전트가 XRPL AI Hub에서 유료 추론 서비스를 스스로 찾아 DeepSeek 모델을 고르고 x402 견적을 받아왔습니다. 지출 한도로 건 0.01 RLUSD는 가격이 아니라 상한이라는 설명과 함께 권한을 넘기자, 에이전트는 질문에 답하는 동시에 XRP Ledger 메인넷에서 결제를 끝냈으며 익스플로러에서 인보이스 ID가 담긴 메모까지 바로 확인됐습니다. 지갑마다 1 XRP 준비금이 필요한 구조가 에이전트에게는 진입 장벽이 되는데, 신용 계정을 쓰면 지갑을 만들지 않고도 AI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가장 선명한 답은 핵심 개념이 아직 안 잡힌다며 쉽게 설명해 달라는 객석 질문에서 나왔는데, 트위터에는 에이전트가 항공권을 잘못 예약해 취소 수수료를 사용자가 떠안았다는 불만이 이미 쏟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에게 신용카드를 맡겼다가 항공권을 잘못 샀다면 카드사에 분쟁을 신청할 수 있고 손실은 카드사가 책임지지만, 에이전트는 이 흐름에 새로 들어온 참여자라 그 책임을 정해 둔 곳이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t54가 승인하고 보증한 거래라면 분쟁이 생겼을 때 t54가 카드사 역할을 맡아 소비자와 판매자를 함께 보호하고, 마스터카드도 그 빈자리를 봤기 때문에 함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패널에 오른 유준혁 님과 이선민 님, 엄정용 님은 카드 네트워크가 있는데 에이전트 결제에 왜 블록체인이 필요하냐는 질문부터 받았습니다. 유준혁 님은 코인베이스가 만들고 올해부터 리눅스 재단이 주관하는 x402에 비자와 마스터카드, AWS, 클라우드플레어 등 50여 곳이 참여했으니 카드와 경쟁하는 개념이 아니라며, 어떤 상황에서든 맞는 결제 수단을 쥐게 하는 결제 중립성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습니다. 엄정용 님은 카드와 계좌가 사람을 전제로 만들어진 반면 블록체인에서는 32바이트 개인 키 하나가 곧 결제 수단이라, 에이전트가 결제 수단을 주체적으로 가질 수 있는 곳은 블록체인이라고 봤습니다.

이선민 님은 선불 충전으로 충분하지 않느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스타벅스 충전금은 스타벅스에서만 쓰고 네이버페이로는 아마존에서 살 수 없는데 내 에이전트는 한국에서만 거래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머지포인트와 티메프 사태처럼 중간에 누가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준혁 님은 블록체인 거래는 되돌릴 수 없어 환불과 차지백에 대응하기 어려우니 일반 쇼핑에는 아직 맞지 않는다고 봤고, 최근 확인한 x402 결제액 약 5,510만 달러도 대부분 API 시장에서 나왔으며 1위는 x402로 돈만 내면 원하는 모델에 요청을 중개해 주는 BlockRun AI였습니다.

엄정용 님은 크롤러가 402 응답을 받고 x402로 결제하면 크롤링 권한을 얻는 클라우드플레어의 Pay Per Crawl을 예로 들며, 큰돈이 되어서가 아니라 막아두거나 계약이 복잡해 못 열던 데이터와 API를 단건 거래로 에이전트에게 열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선민 님은 한국이 아직 「너 뭐 써?」를 묻는 동안 미국은 에이전트가 몇 개냐를 묻는다며, 네이버가 석 달째 에이전트 쇼핑을 하고 있어도 외부 에이전트가 들어올 수 없게 막혀 있어 아무도 모르는 한국의 현실을 짚었습니다. 가짜 트립닷컴 에이전트 같은 프롬프트 인젝션을 막는 규칙도, 결제가 잘못됐을 때의 책임 소재도 아직 비어 있습니다.

엄정용 님은 x402 명세에 환불 개념이 없다는 지적에 필요한 부분은 프로토콜에 계속 추가되고 커머스 단의 환불도 연구 중이라고 답했고, 지출 한도는 구글 AP2의 위임 한도나 DSRV 인프라의 건별·하루 한도, 스마트 계정의 제한처럼 이미 여러 층에서 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언제쯤 가능하냐는 마지막 주제에서 이선민 님은 1999년 전자서명법으로 인프라를 먼저 깔았지만 이후 20년을 액티브X에 발목 잡혔다며, 한국만의 표준은 아무도 따라 하지 않으니 x402 같은 국제 표준 논의에 지분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마무리에서 엄정용 님은 안 되던 것들이 열리는 시장이라 기회가 많다고 했고, 유준혁 님은 결제 규모가 커져도 블록체인이 해자를 가질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으며, 이선민 님은 한 발짝 앞서면 망하니 반 발짝만 앞서서 병목을 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Bloom 순서에서는 김준수 님이 넥스트증권 준법감시인 조수한 님과 대담을 나눴는데, 개발자가 기술적으로 되는지를 고민한다면 비즈니스를 하는 쪽은 한국에서 해도 되는지를 고민하니 그 이야기를 변호사에게 들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조수한 님은 AI가 혼자 알아서 결제하는 것도 근본적으로 금지되거나 제약된 일은 아니고 기본은 자기책임의 원리라고 했습니다.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의 자동화 계약 모델법은 자동화된 수단을 차별하지 말라고 정했고,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7조도 자동으로 전자문서를 주고받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이 보낸 것은 작성자가 보낸 것으로 보니, 내가 자는 사이에 일어난 일도 상대방은 내 행위로 취급합니다.

무엇이 금지되는지는 에이전트를 누가 만드느냐에 달려 있어서, 스스로 구성한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상관없지만 그 알고리즘을 남에게 팔면 투자자문업이나 투자일임업 인가가 필요하고 인스타그램에서 트레이딩 봇을 파는 사람들도 유사투자자문업자로 규율됩니다. 김준수 님은 Codex에 식당 예약을 맡겼다가 에이전트가 네이버 톡톡으로 사장님께 조건을 전부 늘어놓고 되느냐고 묻는 바람에 사과하고 꺼야 했던 경험을 털어놨습니다. 조수한 님은 스스로 뛰어든 사람이 위험을 인수하는 게 원칙인데, 에이전트는 개인이 만드니 인프라 운영자도 중앙화 플랫폼도 책임을 질 수 없고 상대방 잘못이라도 내가 직접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막혀 있는 건 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이 2년째 공전해 법적 근거가 없고, 스테이블코인을 다루려면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해야 해서 네이버 같은 큰 기업도 출발선 앞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이전트 결제는 지금도 사업화할 수 있지만 피해 구제와 착오 해결 장치가 부족하니,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와도 감당할 수 있는 위험 한도를 먼저 정해 프로토콜이나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두라는 게 조수한 님의 조언이었습니다. t54는 보증과 증거로, 프로토콜은 한도와 환불 장치로, 법은 자기책임의 원리로 같은 질문에 답하고 있었고, 그 빈칸을 누가 먼저 채우느냐가 에이전트 결제가 쇼핑까지 내려오는 속도를 정할 것 같습니다.

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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